불편한 편의점은 중학생인 아이가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책입니다. 스마트 도서관에도 없었고, 나들이 삼아 들렀던 3군데 도서관에서도 전부 대출 중이던 책이었는데요. 초등학생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 있다면서 빌려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순서는 중학생 아이, 전에 구덩이나 문명을 재미있기 읽었다곤 했지만, 이번 불편한 편의점처럼 빠져 읽지는 않았기에 상당한 관심이 갔었습니다. 모든 일의 발단은 고양이도 읽고,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도 중간중간 읽어가면서 기다린 3일만에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ㅎㅎ
처음부터 끌림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노숙자이면서도 의협심이 보이는 주인공 독고의 모습과 한편으로는 어리숙한 행동과 더듬는 말투의 머슴같은 모습이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거든요. 도움을 받으면서도 딱 필요한 만큼의 도움만 받고, 또 그 도움에는 어떻게든 보답하려는 모습 또한 흐뭇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목에 현실판 이세계 편의점이라고 적은 이유가 있는데요. 노숙자인 주인공의 친화력과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스킬은 이세상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억상실증이면서 조폭같은 덩치에 말은 더듬고 행동은 굼뜬 사람이 상대의 장점을 살릴 방편을 알려주고, 상대의 아픔을 콕 찝어 알아채는데다가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콕 찝어주는데 이건 이세계 전생 스킬 "쪽집게" 같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서 말이죠.
솔직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인공 독고의 사정을 알고나니, 기억상실증으로 천성이 드러난 건가? 기억상실 전의 사람이 인격자체가 저렇게나 바뀔 수가 있나?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여기 나오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음직하고 고민할만한 것들이라 공감을 하면서 감동도 받기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주인공 독고의 이야기 만큼은 공감도 잘 안되고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처음부터 주인공 독고의 정체가 궁금했기에 읽는 내내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려봤더랬습니다. 단순 기억상실증일 수도 있지만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점, 아픔을 알콜로 달래다 알콜성 치매가 왔을 수도 있다는 점이 큰 사업을 하다 망한 사장(가족과의 불화 동반)이나 그냥 진짜 조폭 또는 형사였지만 가족을 잃은 아픔에 방황으로 술퍼마시다 노숙자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아무리 조폭이라도 기억상실증 걸리면 경우가 바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면서...
이제 잡소리는 치우고,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 따뜻함을 느낀 것은 바로 도움이라는 손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주인을 찾아준 독고의 사람됨을 보고 편의점에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준 편의점 사장할머니, 그리고 그 도움을 그냥 도움으로 넘기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갚으려 했던 독고는 서로간에 계속 도움을 주고 받았던 것이겠죠. 결과적으로 노숙자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될 수 있었던 바탕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 독고는 이세계 사람이 확실합니다. 나쁜 사람이라 확정되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JS(진상)들 외에는 물건을 훔친 소년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알바생에게는 새 길을 열어주는 도움의 손길을,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파트타임 아줌마에게도 따뜻한 선물을 주죠, 그리고 할머니들은 배달도 해주고, 가족에게 외면받고 직장 스트레스를 받아 술로 달래는 가장에게도 도움을, 절필 위기의 극작가에게도 도움을 흥신소 노인에게까지 도움을 주죠. 그런데 이 일들은 독고가 마냥 주기만한 도움은 아니었다는 것이 또 다른 감상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솔직히 보면서 불편하겠다 느낀 점이 손님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독고가 손님을 챙겨주는 부분이었는데요. 이게 남자분들이 많이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잘 가던 가게에서 일부러 아는 척하고 챙겨주면 다음에 다시 가기가 쉽지 않은 그런 기분, 아실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옷가게에서 옷을 보는데, 전자랜드 같은 곳에서 제품을 보는데 옆에 직원이 붙으면 그 불편함, 이건 아실까요. 이런 느낌 때문에 실제라면 손님들이 불편해서 다시 안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 해봤습니다.
참 편의점 주인 할머니의 마인드, 사장은 직원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역시 배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 회장님도 저런 마인드시기에 존경하고 있구요. 아마 악덕업주들이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의 사장님들은 적어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불편한 편의점, 특별히 좋은 메시지를 주는 책은 아니라도 아이들도 재미를 붙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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