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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_변화와 두려움을 마주하고 새 삶을 살아라

by SUNG & SOL 2024.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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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을 사면 여전히 좋습니다. 대여한 곳을 가릴 필요도 없구요.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도 있어서 일반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도 다 같이 가려줍니다.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니 편하긴 한데, 그래도 번거로운 건 사실이니까요.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라는 글입니다. 여기서는 바로 수도승과 그의 제자 이야기 나옵니다. 글을 읽으며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 가더군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들은 무엇이든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의 두려움, 새로운 학년이 되면서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그리고 남자라면 군대에 갈 때, 그리고 직장에 들어갈 때, 전직을 할 때도 말이죠. 그리고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더라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그걸 마주하기 전까지 우리를 감싸 안아버린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것들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또 변화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현재 상태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그 틀을 깨지 않고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에 어찌보면 불편할지도 모르는 현재를 그리고 마음 한켠에선 불만을 묻어두고 있는 현재를 애써 이해하려 하고, 애써 묻어두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모습에 익숙해졌기에 변화라는 것은 크나큰 두려움이기에 현재 상태에 안주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수도승과 제자의 이야기에서는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살며, 가진 것 없이 가난하지만 자신들의 먹을 것도 넉넉하지 않을 것임에도 수도승 일행에게 숙식을 제공해 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가족이 나옵니다. 이 가족은 여윈 암소 한마리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죠. 버려진 밭도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버려졌고, 이 암소 한마리로 부터 얻는 우유만으로 그들은 부족하긴 하지만 근근이 끼니를 때워 가며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범한 눈으로 봤을 때는 그들이 가난하고 많이 부족한 삶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에게 이것도 충분한 삶이라 자위하며 안분지족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암소 한마리로 부터 얻는 삶을 겨우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우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 암소에 의지해 버린 것입니다. 그러고도 그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죠. 꿈이 없는 삶입니다.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아 사람들의 이런 삶에 대해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과연 이런 삶에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들에게 수도승은 자비를 베풉니다. 살생이라는 면에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마음만은 착한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인 암소를 제자에게 시켜 절벽에서 밀어버리죠. 대자대비하신 수도승이십니다. 하지만 부족한 그 제자는 일가족을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그 죄책감을 잊지 못하게 되죠.

 

몇년후 제자는 스승과 함께 다녔던 길을 가다 다 쓰러져 가던  집이 있던 곳을 지나게 됩니다. 여전히 죄책감을 갖고 있던 제자는 자기가 한 행위로 그 착하던 가족이 굶어죽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다 쓰러져 가던 집은 없어졌고 아름다운 집에 풍요와 행복이 넘치는 분위기의 집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제자는 그 착하던 사람들이 굶어 죽어 어떤 부자가 땅을 사서 집을 지었구나 안타까운 생각을 했고 말이죠. 

 

 

그 가족의 상황이 궁금했던 제자는 그 집의 문을 두드리고 주인과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집주인이 몇년전 허름했던 집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암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어버리자 살 길이 막막해진 그들 가족은 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했고, 버려진 밭에 약초를 심는 등 닥치는 대로 뭔가를 해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몇년만에 그들에게 활기를 가져왔고 풍요를 가져왔습니다. 암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던 비극적인 사건이 지금의 그들에게는 최고의 행운이었던 것입니다. 

 

수도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여윈 암소가 그 가족에게 베풀 수 있는 우유는 어떻게든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거기에 의지하다 보면 그 가족의 몸과 마음은 점점 더 그 상황에 익숙해져가겠죠. 수도승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암소가 늙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은 뒤의 가족들의 삶은 파탄이 났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타이밍 좋게 수도승이 동력을 불어넣어준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절벽으로 떨어뜨려야 할 암소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 암소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지금 삶이 의존하고 있는 안락하고 익숙한 것,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당신을 붙잡는 것은? 

 

 

류시화 시인은 삶이 더 넓어지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암소와 작별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 인생은 쉽게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파도가 밀려오고, 새로운 고비가 닥칩니다. 그게 두려워 회피하려고만 하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신의 안배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시련과 역경의 끝에 신이 인도하는 길에 닿을 수 있을테니까요.

 

참고로 저는 무신론자지만, 이런 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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