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느끼다,생각하다] - 가족들과 함께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습니다.
이번에 가족들과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책 아프리카의 뿔입니다. 룬의 아이들 3권까지 다 읽고, 보노보노와 그림형제 동화를 보다 치우고 나서 읽은 책이지요... 이제 보노보노, 그림형제 동화는 더이상 저에게 맞지 않는가 봅니다.
여튼 본론으로 책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아프리카의 뿔은 소말리아 반도를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도 첫장에 설명은 되어 있는데 이 아프리카의 뿔은 아라비아해로 돌출되어 있는 동아프리카의 반도로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동쪽에 돌출되어 있는 부분인데 마치 코뿔소의 뿔처럼 생겼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책의 무대이기도 하죠.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만, 내용을 봐서는 우리나라 배의 납치 사건만을 따온 독창적 소설인 듯 합니다. 대학생이 쓴 소설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등장인물간의 감정표현이나 긴장감,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필력이 뛰어난 소설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모하메드라는 소년이 처음으로 해적선에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데 만화 원피스처럼 해적들이 주인공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씁쓸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소말리아 군부(반군)의 소말리아 해병대 소속으로 나옵니다. 등장인물들 중 일부는 군에 소속되기 전부터 해적질을 해오다 군대의 무력 앞에 해병대 소속 해적이 된 인물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해적팀은 소위와 하사를 제외한 인물들은 계급은 있으나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해적질을 하는 것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목숨을 건 돈벌이입니다. 그것은 진짜 군인인 소위와 하사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해적질을 무사히 끝내고 돌아가게 되면 모든 가족들이 항구에 나와 맞이해주고 기뻐해 준다는 것, 그것이 해적질로 돈을 벌어 와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해적들의 희망이자 꿈입니다. 그렇기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해적질을 하는 것이겠지요.
해적질을 하러 나온 모하메드라는 소년도 자신의 가족들은 난민수용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아버지의 지인인 장군에게 보내 잘 살 수 있게 그리고 나중에는 가족인 자신들을 모하메드가 구해줄 거라 생각하며 모하메드에게 닭을 내어주고 낙타고기를 주어 먼길을 떠나보낸 후, 가족들 스스로 난민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하메드는 더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 동기가 생긴 것이겠죠. 해적이 된 것은 부대이동 같은 단순한 보직변경이었지만, 또 다른 기회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모하메드 말고도 배에 탄 해적들은 저마다 가족들 생각이 깊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조차 변변히 없는 곳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너무도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생활상입니다. 내전이라며 윗대가리들은 자기들 먹을 것만 챙기고, 국민들은 개돼지로 여기는 실상, 먹을 것을 못구해 굶어 죽거나, 국제기구에서 운영하는 난민수용소로 스스로 걸어들어가야만 하는 비참한 삶,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소말리아 해적들은 그런 삶을 탈피하고 싶은 무리들입니다. 배를 납치하여 보상금을 받으면 군부에 상납하고 남은 일부를 해적들이 나눠가지는 형태지만, 그렇게 벌 수 있는 돈은 일도 없겠지만 그들이 몇년을 일해도 만질 수 있을까 말까한 큰돈이니까요. 어떻게든 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보물찾기를 그들은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해적팀의 먹잇감이 된 것은 한국 어선 동원13호였습니다. 소말리아 정부로 부터 받은 조업 허가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군인 그들에게는 의미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죠. 결국 중국어선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하는 것과 같은 불법 조업이라는 욕을 먹어가며 납치되고 맙니다. (실제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국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 지역에서의 불법 조업으로 세계기구에서 불법 조업국으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네요)
그 다음부터는 해적들간의 기싸움 이야기와 시간이 점차 흘러감에 따른 인질들에 대한 횡포가 주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주인공인 모하메드를 통해 해적들의 성격과 배경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독자가 각 인물에 대한 파악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인질들에 관한 것은 상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당연히 모하메드가 기관장인 파크(박)이 어떤 성격이고 다른 이들다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더 이상할테니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네요. 소말리아 해적들은 시간이 갈수록 인질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배위에서 한달이상 생활하면 누구나 맨정신을 유지하긴 힘들거라 생각합니다만 보상금을 제대로 못받을까 하는 초조함에 인질들의 반란도 있었던 터라 그때부턴 인질들은 해적들의 장남감이 되고 맙니다. 심심해서 괴롭히는 해적도 있고 말이죠. 이건 예전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이라고 간수와 수감자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했던 실험만 봐도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합니다. 간수와 수감자 역할을 한 사람들은 처음엔 장난이었지만 6일만에 간수들의 잔혹한 행동들로 말미암아 중간에 실험이 취소되었던 유명한 실험이죠.
그리 따지면 해적들은 그 실험보다 훨씬 오래 참은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모비딕이라는 유조선을 납치하며 클라이막스로 진행되죠. 이 이상은 완전한 스포가 될 거 같네요.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개인의 취향이 있겠지만 추천드립니다.
이 책에서 모하메드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누르딘 파라 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이 친구의 말들이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납치된 한국 어선의 인질들 아니 모든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되는데요.
강자는 약자의 것을 빼앗아도 되는 것이냐가 아니라 그냥 빼앗는 거라고 약자들은 빼앗기고 강자들은 빼앗는 거라 합니다. 그리고 거인이 MP3를 탐내 빼앗아 가려 하더라도 맞서 싸워야 된다 말합니다. 죽더라도 싸워야한다고 그래야 살 수 있는 것이라 하죠. 거인이 MP3를 뻇고 나면, 또 다른 걸 요구할테고, 그걸 주고 가진게 없으면 잡아먹힐 거란 논리입니다. MP3를 주고 나면 살아 남을 거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약자들이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거죠.
만약 아내와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MP3만 주고 도망을 칠 수 있다 하더라도 누르딘 파라는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자신이 거인을 죽이지 않으면 아이가 평생 거인을 피해 도망다녀야 하기 때문이고, 또 기껏 도망친 곳에 다른 거인이 없다는 보증이 없으니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일말이라도 있지만, 도망치면 평생 도망다녀야 하는 거라 하면서 말입니다.
총과 칼을 든 무리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파크(박) 기관장처럼 몇번이나 싸워도 안되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누르딘 파라의 말은 진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너무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문제아 압켈이라는 친구의 말도 기억에 남네요. 소말리아에서도 이슬람교를 믿는가 본데 압켈은 자신은 알라를 믿지 않는다고 선지자 모하메드가 아프라카 사람이냐면서 흑인들의 신은 알라가 다 죽여버렸다고, 그래서 자기들을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거라 했거든요.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흑인들의 신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ㅎㅎ
그나저나 누르딘 파라는 실제 소말리아의 소설가의 이름이었네요.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분인 듯 합니다. 공교롭게도 해적이라는 책도 있네요. 이번에 도서관에 가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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