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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_서로를 닮고 싶고, 서로를 마음속에 담고 싶은...

by SUNG & SOL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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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이트 노벨을 읽었습니다. 아마 늑대와 향신료 이후일까요. 늑대와 향신료는 원문으로 보다가 지쳐서 3권까지만 사 보고는 포기를 했습니다. 원래 늑대와 향신료 라이트노벨을 읽게 된 계기가 애니메이션이기도 했으니, 어떤 의미로는 동기 자체가 약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3권 이후 바로 4권이 나오질 않아 흐름이 끊긴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상태로 귀국을 해서 4권 부터는 더 사지도 못했구요.

 

이번에 읽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회가 없어 보지 못하다가 도서관에서 이 책이 우연치 않게 눈에 띄었기에 읽게 되었기에 읽은 동기고 뭐고 없던 책입니다. 뭐 솔직히 워낙 평이 좋아서 한번 보고 싶었던 소설이긴 했습니다.

 

소설은 처음은 너무 무미건조했습니다. 이미 여자주인공이 죽은 시점에서 남자주인공의 슬픔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 무덤덤한 느낌으로 남자 주인공의 성격, 사고방식 등이 보이는 시작부였으니까요.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라는 대사로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이야기, 여자주인공이 죽는다는 확정된 결말을 가진 이야기라 하기에는 여느 학창시절의 로맨스물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활기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전반적으로 소녀의 성격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소년의 성격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외부로부터의 관심을 밀어내고 거부하며, 남들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 극단적인 외부와의 단절성을 아주 조금씩 허물어가는 밝은 기운에 관한 이야기란 생각도 했거든요.

 

불치병에 걸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는 쾌활한 소녀와 대비되는 소년, 소녀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을 하면서도 소년은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소녀는 그러한 소년을 가만 놔두지 않죠. 가족 이외에 자신의 불치병의 존재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소년에게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합니다. 물론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죠.

 

삶의 끝을 아는 입장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을 보며 그렇게 자신만을 위하여 걱정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던 소녀에게 소년의 존재는 해방구 같은 느낌도 들었을 겁니다. 소년은 그런 죽음에 가까운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 알면서도 쿨하게 대해줬으니 스스럼 없이 죽음에 대한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었고 마음도 통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렇게 소녀가 처음에 이야기한 것은 장난이었습니다. 자기가 아픈 부위의 고기를 먹으면 그 아픈 부위가 낫는다는 이야기를 빗대어 소년에게 장난을 친 것이죠. 하지만 소녀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하며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갖게 되고, 소중한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가족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소녀에게 자신의 병과 관련해서는 거의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소년, 자신의 외부 존재들에게는 관심을 주지도 관심을 받고 싶어하지도 않던 소년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소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움트게 되죠.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냥 활기차고 밝게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서로 간의 진심, 그런 진심을 마주한다는 것은 특히 감정표현이 서툰 여기 주인공 소년에게는 자기부정에 가까운 감정이었을 테니 잠시기는 해도 방황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소년도 소녀도 한바탕 쏟아지는 빗속에서 진심을 깨닫게 되고 갈등하게 되지만 결국은 서로에 대한 감정에 더 솔직해지는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녀가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불길한 기운은 찾아오게 되죠. 그 와중에도 소녀는 쾌활함을 잃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소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두사람, 읽는 저로써도 이미 미래가 확정된 상황이기에 소년 못지 않게 불안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연장된 소녀의 병원생활, 병원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녀를 달래며, 소년은 소녀가 원하는대로 퇴원후에는 즐겁게 지낼 것을 약속하죠. 그리고 퇴원하기로 되어 있던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 자신의 감정을 더이상 숨기지 않는 소년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지어졌습니다. 소녀와 다시 이어나갈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비극이란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소년이 소녀의 장례식을 가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있었던 모습, 아마도 내면에 숨겨진 아픔을 애써 외면하며 원래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려 한 것이었겠죠. 소녀의 집을 찾아간 소년, 소녀의 어머니로 부터 공병일기를 건네받고, 공병일기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라고 한 사실을 후회합니다. 소녀와 자신과의 추억이 자신의 이름을 적을 수 없게 됨으로써 제대로 남아있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담담합니다. 하지만 결국 읽게 된 소녀의 유언, 소녀의 어머니에게 좀 울어도 될까요라고 묻는 소년의 모습에서 울컥했던 마음이 소년의 울음과 함께 터져버렸습니다. 뭐라고 해야할까요...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저런 감정들을 모으고 모으고 있었는데 툭하고 둑이 터져버리듯 허물어져 버렸다 해야할까요... 너무 슬펐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메시지는 결국 통했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존재를 닮고 싶고, 서로를 마음속에 담고 싶은 사랑스러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슬픈 와중에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작심하고 울어보겠다 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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