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이 책은 10년전쯤에 봤던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를 너무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마크로스의 경우에는 소설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게 된 경우이기에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네요.
제목은 PSYCHOPATH가 아닌 PSYCHO-PASS 입니다. PSYCHO는 미쳤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접두어로서 ‘정신의’ 라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는 ‘PSYCHOPATH’ 이것으로 반사회성 인격 장애입니다만, 이 책의 사이코패스는 ‘PSYCHO-PASS’로 PSYCHO가 정신의, 정신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PASS는 통과, 통행증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책의 세계는 시빌라 시스템이 지배하는 시스템화 된 세상으로 인간의 심리상태나 성향을 측정 이것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판정하는 기준을 세워 구분짓는 세계입니다. 따라서 그 시빌라 시스템의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선인(善人)과 악인(惡人), 우수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으로 구분 짓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범죄계수라는 수치로 범죄 유발 가능성인 있는 인간들은 별도 격리수용하기까지 하죠. 결국 제목인 사이코패스는 시빌라 시스템이라는 시스템 아래에서 살 수 있는 패스권을 의미한다고도 보여집니다.
놀이공원에서 놀 수 있는 종일 패스권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여기 시빌라 시스템 하에서 살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시스템에 충실한 모범인간이어야만 패스권을 가질 권리가 생기는 겁니다. 물론 실제 패스권 같은 건 없습니다만…
이런 유형의 시스템으로 지배받는 세상, 태어나자 마자 우수, 열등으로 구분짓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이코패스에서는 태어나자 마자 심리, 정신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기에 유년기 시절부터 그 감정을 시작해 구분을 짓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시스템 자체는 익숙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경찰과 범죄자의 대립, 각 캐릭터들 간의 성격과 관계성이 상당히 흡입력 있게 진행이 되기에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의 슈는 AI입니다. AI의 발전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죠. 불과 얼마전까지 바둑기사 이세돌 씨가 AI 알파고에게 졌다고 AI의 가능성이라면서 이슈가 되었는데,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AI를 이용한 검색, 업무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CHAT GPT를 업무에 도입을 했고,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겁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구글 바드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빙 등 이제는 일반 사람들이 검색을 하면서도 AI와 함께 하는 세상이 된거죠.
AI의 너무 가속화되는 발전이 두렵다며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등 테크업계의 거물들이 AI 개발의 일시적 유예를 주장한 일은 유명하기에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현재도 AI의 개발은 지치지 않고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사고를 대신해주고, 일을 대신해주는 만능 AI를 구현해 사람들이 편하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이코패스의 시빌라 시스템은 AI와는 결을 달리하지만, 결국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는 AI로 통제될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AI로 제어되는 세상이 사이코패스의 시빌라 시스템 같이 완전한 통제를 강요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인간사회에서는 범죄라는 것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도 있고, PSYCHOPASS로 분류되는 사람, 소시오패스로 분류되는 사람도 있죠.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몸을 사리지만 실제로는 이 사이코패스의 시빌라 시스템에서 말하는 잠재범들은 넘쳐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AI가 제어하는 세상에서 범죄는 어떻게 정리가 될까요? AI는 인간성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가정 하에 범죄라는 리스크를 없앨 방법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에서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의 보완을 하는 역할을 주고 있습니다. 범죄에 대한 물리력 행사 시에 인간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 같습니다만, 과연 우리가, 또는 우리 다음 세대가 맞이할 AI가 제어하는 세상은 과연 이런 인정을 베풀어 줄 것인지 애매합니다.
사이코패스의 주무대는 일본으로 설정되어 있고, 다른 나라들도 존재는 하지만 국제적인 공황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으로 묘사됩니다. 일본은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추었기에 타국가와의 단절 후 시빌라 시스템을 개발하여 독립적인 세상이 되어 버리고 이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과 인간 고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에서는 경찰이 감시인과 집행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감시인은 시빌라 시스템 상 엘리트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집행인은 범죄계수가 높아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고 격리시설에 갖혀 살아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선발된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범죄계수라는 건 유년기부터 시빌라 시스템으로 측정되기에 어린 나이에도 높을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자극 또는 충격적인 사건 등을 통해서도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범죄계수는 교화 치료를 통해 낮출 수도 있는 것 같지만, 치료가 안되는 경우, 격리시설에 수용되어 평생 거기서 살아야 합니다.
집행인은 이렇게 범죄계수가 높은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가 원하고, 능력치가 좋은 사람들이 선발됩니다. 집행인들의 생활은 격리시설보다는 자유롭지만, 그들도 잠재범 취급이기에 관사를 벗어날 수 없고, 외출 시에는 허가를 받고 감시인을 무조건 대동해야만 하기에 동정이 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죠. 물론 이 책에서의 감시인들에게는 그저 부하이자 도구에 지나지 않기에 그런 감정은 없는 듯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감시인은 말 그대로 엘리트이면서, 집행인들의 상관입니다. 집행인이 말을 안들을 시에는 즉결처분도 가능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 범죄계수 오버의 리스크도 안고 있는 직업이기도 하죠. 악을 가까이 할수록 악에 물든다는 표현처럼, 범죄를 가까이 접할수록 범죄계수 또한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정이기에 집행인은 이런 감시관을 위한 보조인원으로 범죄자의 처분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제압용 드론(롯봇)이 있음에도 감시인과 집행인이 인간으로서 범죄자를 대하게 하는 것 또한 시스템의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책 속에서 나옵니다. 기계적인 대응에 더해 인간적인 면에서의 이해를 더한다는 것인데, 조합은 좋으나 인간도 인간나름이기에 대안이 없어서 그렇지 완벽한 대응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 제어하고 있다곤 하더라도 범죄를 100% 예방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시빌라 시스템 세상에서도 폐기구역이라는 시스템 제어를 하지 않는 곳을 두고, 쥐를 독안에 가두는 짓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것을 알기에 시스템 부적응자들의 도피처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잠재범들이 숨어드는 곳, 위험한 곳이고 마지막 무렵에 메인빌런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부류들도 이 폐기구역 인간들이기도 합니다.
메인빌런은 마키시마 쇼고, 애니메이션의 첫장면에서도 책의 초반부에서도 남자 주인공인 코가미 신야와의 주고받는 서로의 이름 한마디는 꽤나 인상 깊습니다.
마키시마 쇼고는 진짜 사이코패스( PSYCHOPATH )같습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많은 사건의 배후이자 흑막입니다. 사람을 죽이는데도 거리낌이 없는데, 자신이 흥미를 가졌기에 범죄에 힘을 빌려줬던 인물이라도 흥미가 떨어지면 한줌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버립니다. 죽여버리든, 죽게 놔두든 말이죠.
시빌라 시스템에 반기를 든 레지스탕스 같은 느낌일까요? 사이코패스( PSYCHO-PASS ) 세상에서 사이코패스 ( PSYCHOPATH ) 가 패악질을 하는 이야기이자 그에 맞선 소수의 경찰들인 감시인과 집행인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구도 안에서 벌어지는 코가미 신야와 마키시마 쇼고의 대결, 감시인과 집행인간의 관계성, 그리고 시빌라 시스템을 비웃듯 벌어지는 잔혹한 범죄사건들로 구성된 인간들의 군상극이라 이해하고 보면 충분할 듯 합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한번 챙겨봐야 하나 싶습니다. 책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는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애니메이션의 추억이 강해서 말이죠^^; 한번 읽어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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