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의 한 대기업 사무실 49층,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대나무 정원이 있었습니다.
매일 수많은 직원들이 그 정원을 내려다보며 각자의 하루를 시작했죠.
특히 신입사원 민준은 자주 그 정원을 바라보았습니다.
민준의 상사인 팀장은 늘 시끄럽게 자신의 과거 성과를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내 나이 때는 말이야..." 라는 말로 시작해서 "요즘 젊은 것들은..." 이라는 말로 끝나는
그의 이야기는 마치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같았죠.
어느 날, 회사의 최고령 임원인 김 부회장이 민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사십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전설적인 인물이었지만, 늘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죠.
"저 대나무를 보게나." 김 부회장이 말했습니다.
"대나무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라네. 매일 조금씩,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지.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흔들릴 뿐, 부러지진 않아."
"하지만 부회장님, 요즘 회사에선 눈에 띄는 성과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요..." 민준이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김 부회장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습니다.
"좋은 포도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지. 하지만 급하게 만든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말아.
진정한 성공이란 건 마치 대나무처럼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성장하는 거라네."
"그럼 실패는요?"
"실패라..." 김 부회장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한 번의 실패로 넘어졌다면 그건 상황을 탓하게나. 하지만 같은 실수로 두 번 넘어진다면,
그땐 자신을 돌아봐야 하네. 실패는 성장의 자양분이지 걸림돌이 아니야."
며칠 후, 회사에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던 팀장은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오던 직원들은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때 민준은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실력자는 마치 침묵하는 대나무처럼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을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실력을 쌓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시간이 흘러 민준도 어느덧 중견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팀은 회사에서 가장 실력 있는 팀으로 손꼽혔지만, 그들은 결코 그것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대나무처럼, 그들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가끔 신입사원들이 민준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남들과 비교하며 초조해할 시간도, 과거의 성공에 취해있을 시간도 없죠. 다만 매일 조금씩 성장하면서, 때로는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건 불행의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이곤 했습니다.
"오늘의 실수는 내일의 희망이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거죠. 마치 저 대나무처럼요."
진정한 성공은 화려한 언변이나 눈부신 단기 성과가 아닌, 꾸준한 성장과 묵묵한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지혜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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