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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考과 즐거움 楽

'워라밸'을 찾아 떠난 여우의 이야기

by SUNG & SOL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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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서울숲 한켠의 회사 건물에서 불빛이 새어나왔습니다. 야근중이던 여우 부장은 모니터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동물숲 기업'의 최연소 부장이었지만, 매일 밤 끝나지 않는 업무에 지쳐갔죠.

"이렇게 살다가는 나도 저 부엉이 사장님처럼 되겠어. 밤낮없이 일만 하다가 결국 가족도, 건강도 잃어버리겠지..."

여우 부장은 회사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의 야근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싶었죠. 하지만 위에서는 늘 실적과 성과만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람쥐 대리는 왜 저렇게 월요일부터 지각하는 거야? 비버 과장은 왜 맨날 우울해 보이지? 토끼 사원은 왜 이렇게 실수가 잦을까?"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여우 부장은 어느 날 회사 앞 공원에서 은퇴한 거북이 고문을 만났습니다.

"젊은 친구, 자네 얼굴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구먼. 내 이야기 좀 들어보겠나?"

거북이 고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회사를 키우는 것만 생각했다가 결국 건강을 잃었고, 가족과도 멀어졌다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은퇴 후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회사를 바꾸기 전에, 먼저 자네부터 바꿔보는 건 어떻겠나?"

이 조언을 듣고 여우 부장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산책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직원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었죠. 퇴근 시간이 되면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신기하게도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여우 부장이 정시 퇴근하자 직원들도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기 시작했고, 팀의 분위기는 밝아졌습니다. 다람쥐 대리는 아침에 여유있게 출근하자 실수가 줄었고, 비버 과장은 취미 생활을 시작하며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어느 날 부엉이 사장이 여우 부장을 찾아왔습니다.

"자네 팀이 요즘 실적이 더 좋아졌더군. 비결이 뭔가?"

여우 부장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실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그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을 뿐이에요. 퇴근 후의 삶이 행복해지니 일할 때도 더 효율적이더군요."

1년이 지난 지금, '동물숲 기업'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엉이 사장도 이제는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직원들과 등산을 가기도 합니다. 회사의 실적은 오히려 더 좋아졌고, 이직률은 크게 줄었습니다.

퇴근길에 마주친 거북이 고문이 물었습니다.

"이제 자네가 꿈꾸던 변화를 이룬 것 같은가?"

여우 부장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어요. 회사를 바꾸려 하기보다, 제가 먼저 변하니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변하더군요. 이제는 압니다. 진정한 변화는 큰 구호나 정책이 아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이제 서울숲의 밤은 조용합니다. 간혹 부엉이 사장의 집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만이 밤공기를 가르죠. 그리고 여우 부장의 책상 한편에는 작은 액자가 놓여있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 거북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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