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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考과 즐거움 楽

너를 기다리는 동안_황지우

by SUNG & SOL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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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 시를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 시인이 이 시를 쓰는데 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착어라는 것을 시인이 덧붙였는데,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한. 으로 시작하는 착어입니다.

기다림은 사랑이다. 그리고 또 희망이다. 희망 때문에 기다리고 절망이 있기 때문에 또 희망을 기다리게 된다는 이야기같습니다.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언제 올 지 알 수 없는 이를 기다리는 것만큼 속이 타는 일이 있을까요?

물론 간절한 소망이 있는 한, 기다림은 마냥 속 타는 일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고싶었던 이를 기다린다면 그건 또 설렘도 함께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참 기다림이란 것도 낭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수동적인 기다림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능동적인 대응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인 또한 마지막에는 기다리고는 있지만 기다리는 대상에게 가고있다는 표현을 썼으니까요.

어떠한 노력이든 해보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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