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도'를 아십니까?
따스한 나날이 이어지던 제대 후의 어느 봄날, 집에서 빈둥대던 저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보험증권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 사회에 적응도 잘 하고 있지 못하던 저는 낯선 보험증권사에 가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낯선 길을 나섰습니다.
용케 보험증권사 업무를 수월히 끝내고, 갈 데도 없던 저는 바로 집으로 올 생각이었죠. 그렇게 지하철 역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는데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남녀 두사람이 참 선한 기운을 가지고 계시네요 라면서 저를 붙잡더군요.
혹시 시간 좀 괜찮으시냐는 말에 제대 후 참으로 순진했던 저는 예? 그러면서도 정직하게 시간은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들이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의 선한 기운이 조상님들이 복을 많이 쌓아서 그런 거 같다면서 도에 관심이 있으시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하면서 빼려고 했습니다만, 연락처라도 주면 나중에라도 연락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서 그럼 그냥 이야기를 듣겠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맙다면서 제가 선한 기운은 있는데 어떤 문제가 그걸 막고 있다. 그걸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잠시만 자기들과 함께 가서 치성을 드리면 좋겠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걸 연락처 알려주기 싫어서 잠시면 된다 생각하고 같이 따라 갔습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며 슬슬 무서워 지더군요... 납치? 라는 생각도 잠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느 2층 주택의 2층으로 올라가서 엉겹결에 거기 있던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치성을 드리려면 제사상?을 차려야 된다고 저한테 얼마 있냐고 묻더군요.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엉겹결에 지갑에 있던 오만원을 털리고, 목욕재개 하라면서 욕실로 밀어넣더니 하얀 옷도 입혔습니다. 그리고 제사상을 차려야 되니 그동안 공부하라고 방에 들여놓고는 비디오를 틀어주더군요. 중국드라마 같던데 신선들 태상노군(노자)가 나오고 제천대성(손오공)이 나오는 선계 이야기였습니다. 그걸 보며 감탄하는 그 사람들 보면서 이 사람들 미쳤나는 생각도 했고 나 또한 미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가지도 못하고 멍하게 중국어 쏼라쏼라 하는 판타지 드라마 보다가 치성드리자며 불러 나가서 절도 하게 되었죠. 큰 액자에 보이던 산 같은 사진이 있었고 증산도? 대순진리회?라 적힌 것도 본 기억이 납니다. 결국 공부도 좀 하고 선자? 였나 저를 데려온 사람들 및 거기 계급도 좀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도 자꾸 가고 뭔가 미친 사람들 속에서 있는 것 같아 빠져 나오기 위해 알려주기 싫었던 전화번호도 알려주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폰으로 오는 모르는 전화는 다 무시하고 결국 저도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도를 아십니까? 라던가 치성 같은 소리를 하면 두 귀를 닫고 무시해버리라고 그리고 돌아서선 절대 뒤도 돌아봐선 안된다고 하는 반(反) 치성 전도사 말이죠. 그 이후에도 길에서 몇차례 도를 아십니까 하는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아는 게 힘이라고 한때는 나도 공부했던 사람이라고 뻥도 좀 쳐서 나도 선자?까지는 했다면서 당시 공부했던 이야기를 해주며 그만하는 게 좋다며 충고도 해주곤 했었습니다.
어쨌든 5만원 뜯긴 거 하며, 생판 모르는 집에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 입은 거, 제사지낸다고 절한 거.. 모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제대 후 순진했던 그 시절이 갑자기 떠올라 혹시 요즘도 있을 지 모르는 그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부끄러웠던 일화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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