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정의

어둠이 깊어가는 도시, 높은 빌딩들 사이로 한 남자가 그림자처럼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심판자'라고 불렀습니다.

과거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정의를 추구하게 되었죠.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라... 하지만 때론 칼이 필요한 법이지."

그는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처단했습니다. 

그의 방식은 냉혹했지만, 효과적이었습니다. 권력자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그들의 부당한 이익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죠.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점점 더 과격해졌습니다. 복수의 칼날은 양날의 검이었고,

그 어둠은 그의 영혼도 조금씩 침식해갔습니다. 때로는 무고한 이들이 그의 행동에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악마는 침묵 속에서 자란다지만... 나는 이미 잠식당하고 말아 버린 걸까?"

어느 날, 그는 한 노파를 만났습니다. 

노파는 그가 처단하려던 권력자의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의 죄를 알면서도, 매일 길거리의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있었죠.

"당신이 그 소문 속의 심판자군요." 노파가 말했습니다. 

"내 아들이 저지른 일들을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아나요? 
악을 처단하겠다고 악을 행하고 있는 당신 자신을... 정의로웠을 당신도 악으로 쓰디쓰게 물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그 말은 심판자의 마음 깊숙한 곳을 흔들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듯 똑바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시기는 칼과 같아 몸을 해치고, 욕심은 불과 같아 마음을 태우지... 
나는 지금 정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심판자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정의는 단순히 악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키워나가는 것임을. 그는 자신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제 그는 여전히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지만, 더 이상 처단자가 아닌 보호자로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허무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느니,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정의를 만들어가는 편이 낫지."

많은 사람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란 때로는 어둠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지만, 그 정의를 추구하는 이의 마음마저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