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갔었다.
일본어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원래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나는
첫 석 달간은 부모님이 보내주신 생활비로 지냈어.
집세도 6개월치는 다 내주셨으니, 100% 지원을 받았던 거지.
하지만 역시 부모님께 계속 손을 벌리게 되는 건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본어학교 쪽에 상담을 했거든.
그래서 에이전트 쪽에서 소개시켜 준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어
공장에서의 일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지만, 급여로는 시간당 1000엔을 받았으니
나쁜 조건은 아니었지. 문제는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일본어 학교에서
히가시 이와츠키라는 촌동네에 있는 공장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 반 정도,
퇴근하고 와라비라고 하는 사는 곳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
토탈해서 약 2시간 반에서 3시간이 걸렸다는 거였어.
(공장도 역에서 멀고 집도 역에서 멀어서 3~4시간도 걸렸다 봐야겠네.)
그리고 일하는 시간도 3시간(2시~5시까지)
물론 일본 회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왕복 교통비는 주었고,
또 왕복 세시간 걸리니, 1시간분 시급을 더 주기도 했고(일당 4000엔),
사람들도 좋았고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일하는 동안 매일 도시락 싸서, 학교 마치자 마자
공장으로 가서 1시 반 되기 전부터 일을 했고 성실하다는 평도 들었지.
그런데 문제는 공부도 하고 집세와 생활비를 내가 충당해 보려고 일을 하는 건데…
일 갔다 오면 지쳐 쓰러져 자기 바쁘고, 계약한 방은 월 6만엔인데,
급여는 월 10만엔이 안되니... 앞으로를 생각해서..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3개월 째 될 때, 그만 두고 내가 직접 일자리를 알아봤어.
그런데 여기저기 전화를 해봐도 외국인이니까 좀 꺼려하는 면이 있더라구…
솔직히 일본어도 더듬더듬 거리기도 했고…
그 때 일본어 학교 다니던 애들이 신문배달을 많이 했거든.
그 중엔 수업시간에 잠자고 농땡이 피우는 애들이 반 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 하나같이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거야.
그래서 신문배달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했어.
그런데 신문배달은 사는 곳이 가까워야 할 수 있는 거잖아.
새벽에 신문을 돌려야 하니까… 어쨌든 나도 해볼까 하고
한 며칠간 학교 마치면 동네를 막 돌아다녔어.
자전거 타고 역 2개 정도 거리까진 돌아다녔던 것 같아.
그리고 7~8군데 신문사에 무작정 들어가서 아르바이트 안 구하냐고
물어보면서 다녔지.
신문사 사람들도 황당했을 거야. 사람 구한다는 공고도 안 냈는데
한국 애가 무작정 찾아와서 일자리 없냐고 물었으니…
그러다가 의외로 가까운 5~7분 거리에 있는 요미우리 신문사에서
점장이 마침 한 명이 비었다고 해보겠냐고 하길래. 당연히 하겠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잘 부탁 드린다고 하면서 입사를 하게 되었어.
그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내가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도 없었고, 해본 적도 없어서…
내가 해냈다는 기분? 그것도 직접 발로 뛰어서 얻은 일자리니까.
너무 좋은 거야. 그날 그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해.
어쨌든 그렇게 해서 다음날 새벽부터 인수인계를 받았어.
관심있는 사람 거의 없을테니ㅋㅋ 다음에 시간 날 때 이어서 적어야지.
'이슈, 트렌드 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임감과 성격, 그리고 일에 대해서 (0) | 2018.07.07 |
---|---|
일본에서의 신문배달 경험담 두번째 (4) | 2018.07.07 |
저출산 대책 욕나오네 정말 정신 좀 차려라. (2) | 2018.07.05 |
무상복지, 부의 공평한 재분배에 대한 실험 (2) | 2018.07.05 |
부모님의 자식사랑은 공평하다? 편애하고 있다. (0) | 201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