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살인_톰 레빈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중, 손가락 살인을 읽고 느낀 점을 좀 써볼까 합니다.
엔들링을 먼저 읽긴 했지만 3부작 중에 1부만 읽은 것이기도 하고, 또 재미는 있긴 했지만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2부와 3부를 굳이 읽어야 할까 고민도 드는 상황이라서.. 손가락 살인을 읽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손가락살인은 기대하지 않고 읽은 것치곤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주인공 소녀는 정말 십대 소녀들이라면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행동과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녀들의 감수성이나 행동패턴에 대한 작가의 고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의 모습에 일반 소녀들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진학을 하면서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되면 누구나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주인공 빅토리아 또한 그랬었고 말이죠. 그리고 따돌림을 당하던 친오빠의 모습은 그런 빅토리아에게 더 큰 두려움을 줬을 겁니다.
자신은 그렇게 당하고 살면 안된다는 위축감마저 들었을테니까요. 진학할 당시에 같은 학교에서 온 케빈이나 노아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는 아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빅토리아는 소프트볼을 하게 되면서 또래의 친구들, 선배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그 중에는 질 나쁜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런 게 멋져보이기까지 하는 빅토리아였죠. 당연히 그런 질 나쁜 녀석들과 어울리고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자신도 쿨해 보여야한다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을 겁니다.
손가락 살인의 이야기의 시작은 빅토리아의 집 문앞에 기자들이 몰려와서 빅토리아에게 인텨뷰를 요청하는 장면부터입니다. 집안의 암울한 분위기, 아빠와 엄마가 억지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지만 자꾸 엇나가는 분위기를 보여주죠.
결국 기자들 때문에 분위기는 다 망치고, 저녁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되면서 빅토리아 위주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노트북도 뺏기고 스마트폰도 뺏겨 구형폰으로 전화나 문자 밖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인한 사건이구나, SNS와 관련되어 있겠네 하는 추측도 가능하죠. 기자들이 몰려온거나, 누군가 차를 타고 빅토리아 집앞을 지나가면서 욕설을 날리고, 얼마전엔 누군가 빅토리아 엄마 차에 벽돌을 던졌다는 내용으로도 빅토리아로 인해 누군가 죽었구나 하는 추측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제목만 봐도 눈치채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빅토리아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당연하겠죠. 심하면 10년형을 받을 수도 있는 중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건 질 나쁜녀석들도 아니었고 같은 팀의 동료들도 아니었습니다. 걱정을 해주는 것은 노아라는 친구 뿐이었죠.
그날도 노아와 통화를 하고 난 뒤, 뜬금없이 걸려온 자살하겠다는 앤디라는 인물의 전화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게 됩니다. 앤디라는 인물은 빅토리아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었고 전화번호도 자살하기 전에 누군가와 연결이 되면 자살을 하지 않아도 될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아무 번호나 누른 것이라고 했고 말이죠.
당연히 장난전화라 치부했던 빅토리아였지만, 불안함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 오히려 자기쪽에서 앤디에게 전화를 걸게 됩니다. 그리고 자살을 막기 위해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죠.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고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빅토리아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것까지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SNS 댓글창이 나오는데 챕터가 거듭될 수록 SNS 댓글창의 질의 현저하게 떨어지고 한 친구에 대한 무시와 괴롭힘, 그리고 그런 행위에 동조하며 함께 가해를 하는 빅토리아의 행위가 적나라가 하게 나옵니다.
마지막 SNS 댓글창을 보고는 빅토리아에게 갖고 있던 일말의 호감마저 싹 달아나 버렸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빅토리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수긍을 했고 빅토리아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죠.
앤디와의 통화가 뜬금없기도 했고 초반에는 이야기 내용도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지루한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전반적인 이야기 진행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반전들도 진짜 놀랄 정도로 컸습니다.
아마 지금도 손가락 살인에서 나오는 SNS 상에서의 따돌림, 사이버 폭력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겠죠. 그리고 대부분은 빅토리아 처럼 죄책감 없이, 단순 장난으로 여기며,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인간쓰레기들에게 동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없이 한 동조행위 또한 같은 인간쓰레기 아니면 짐승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생각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가 아님을 뜻하는 거니까 말이죠.
좀 흥분하고 말았습니다만, 이 책은 재미있게 한번 읽어 볼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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