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무게
도시에는 세 종류의 빛이 있었습니다. 하늘 높이 떠서 찬란하게 빛나는 항성들,
중간 허공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행성들, 그리고 땅에 가까이 머물며 희미하게 깜박이는 별똥별들이었죠.
젊은 별똥별 '미래'는 대학을 갓 졸업했습니다.
그는 매일 밤 도서관에서 자신의 빛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더 높이 올라가면, 더 밝게 빛날 수 있을 거야." 그는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빛은 특별히 더 밝아지지 않았고,
높이 올라가려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취업 원서는 계속 떨어졌고, 학자금 대출은 무거운 쇳덩이처럼 그의 빛을 짓눌렀습니다.
같은 대학을 나온 '운명'이란 별은 달랐습니다.
항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졸업과 동시에 하늘 높이 올라가 반짝였습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올라올 수 있어"라고 운명이는 말했지만, 그의 등 뒤에는 보이지 않는 승강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미래는 같은 처지의 별똥별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이야기,
집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이야기, 부모님께 짐이 될까 두려운 이야기들...
그때 한 별똥별이 말했습니다.
"우리의 빛이 희미한 게 아니야. 누군가가 우리 빛을 가리는 거야."
이 말은 미래의 눈을 뜨게 했습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이번에는 다른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구조에 대한 책,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책,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책들을...
점점 더 많은 별똥별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빛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빛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 단련된 단단한 빛이었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그들은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빛을 모았습니다.
수만 개의 작은 빛이 모여 거대한 빛줄기를 만들어냈고,
그 빛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로막힌 보이지 않는 벽을 비추었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보았습니다. 벽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었죠. 벽이 보이자 사람들은 그것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새로운 길이 생겼습니다.
이제 모든 빛들은 자신의 의지로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모든 별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빛의 밝기는 위치가 아닌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가능하다는 것을.
미래는 이제 자신의 이름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의 빛은 여전히 땅 가까이에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의 빛이 다른 이들의 길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이 빛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