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트렌드 생각하기

일본에서의 신문배달 경험담 두번째

by SUNG & SOL 2018. 7. 7.
반응형

신문배달 인수인계까지 했으니까 거기에 이어서…

사이타마켄 와라비에 있는 요미우리 신문사는 새벽 출근시간이

2시였어. 그리고 자기 배달량이 끝나면 조간 임무 완료로

끝나는 대로 집에 가서 자도 상관없었지.

점장이 석간도 돌리는 걸로 이야기해서 당연히 오케이를 했고

조간, 석간을 돌리기로 되었어.

조간 부수는 320부 가량 되었고 상당한 양이었지.

일본어 학교 다니는 애들은 보통 아사히가 많았는데

많아도 200부 언저리라고 했으니까 내가 상당히 많은 쪽이었던 것 같아.

어쨌든 첫날 출근해서 거기 점장 바로 밑의 히구치라는 사람이

날 데리고 다니면서 신문배달을 했어. (전임이 그만둬서 대신 해준 거 였어)

히구치는 바이크, 나는 자전거를 타고 쫓아다녔는데,

골목 골목 돌아다니고 뛰어 다니고, 이동하다보니 6시 경이 되었더라고

나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겠지…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 같이 다니면서 후반에는 내가 신문을 싣고 달렸어.

내가 신문 싣고는 거의 6시 반까지도 걸리더군.

일단 그렇게 하면서 혼자 배달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보통 신문에 찌라시를 넣어서 찌라시가 많은 날은 세 번은 신문사에 와야 했어.

바이크였다면 한번에 끝내거나 두 번 정도였겠지..

그래서 바이크를 배우기로 했어. 면허부터 따고,

대학 다닐 때 차를 가지고 다녔으니 면허증은 당연히 있었고,

일본에서는 면허증이 있으면 바이크는 간단한 시험만 치면 된다길래

석간 돌리고 남는 시간은 바이크 타는 방법을 배웠지…

솔직히 자전거도 못 타던 걸, 일본에서 자전거를 배웠거든.

당연히 바이크도 못 탔지… 처음 신문사 주차장에서 타 보라고

직원들이 연습하는 걸 도와줬어. 그러다 하마터면 차 여러 대 기스낼 뻔 하고.

이틀 째인가는 동네를 붕붕 돌아다녔지… 나도 모르게 씽씽 달리게 되더라..

사람들이 바이크 타니까 사람이 달라진다고 놀라고 그랬으니까 ㅎㅎ

그래서 바이크 면허를 신청하고, 시험 보러 갔더니

그냥 컴퓨터로 O X 퀴즈, 2지 선다형? 초간단하게 합격하고

면허 발급받자 마자 바이크를 몰고 배달을 하기 시작했지…

자전거 세우거나 타다가 몇 번이나 쏟았던 신문들…

신문 싣고 넘어지면 세울 엄두도 안 나고, 다시 차곡차곡 끼워 채우던 날들…

비 오는 날은 더욱 처량해지던 날들이여 안녕이었지…

바이크 타고는 처음 한번이었나 속도 줄이다가 비틀비틀 쿵 넘어진 이후론

넘어진 적이 없었거든. 게다가 바이크는 자전거보다 무거우면서 넘어진 거 세우는 건

훨씬 편했어. 잘 세워지더라고… 이것도 기술이구나 생각했지…

어쨌든 신문배달하면서 나는 엄청 만족감을 느꼈어.

그전까지 먼 거리의 공장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했던 것과,

하루 4000엔이라는 수입, 그리고 피곤에 쩔어 하루하루가 고되었던 걸 생각하면

신문배달 이건 천국이다 싶었거든…

일단 집에서 가까워서 좋았고, 새벽 1시경에 나가서

(찌라시 넣어야 되고, 비오면 한 부씩 전부 비닐 넣어야 해서(기계사용))

일 마치면 5시경, 늦어도 6시경에는 끝나니까,

학교 가기 전에 눈 조금 붙일 수도 있거든. (솔직히 거의 안 잤지만…)

석간은 2시부터 한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리고 그 이후엔 자유고.

 

내 기준으로는 학업에 절대 지장이 없었어. 피곤함도 그렇게 없었고

물론 잠은 좀 일찍 잤지 8시경엔 잤으니까.

내가 신문배달하고 보니 일본어학교에서 자는 애들은

뭘 하든 자는 애들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학교 신문 돌리는 애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내가 있는 신문사 쪽이 빡신 걸로는 상위 급이었으니까.

 

그때 신문배달하고 월급 받은 건 약 18만엔 정도,

수금을 하면 더 받을 수 있다는데 그것까지는 안 했어. 그것도 시간이니까.

공부하러 왔지 돈 벌러 온 게 아니었으니 말이야.

 

그래도 신문배달 하면서 이거 정말 할 짓이 못 된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적이 몇 차례 있었어.

첫 번째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신문을 쏟고 내 눈물도 왈칵 쏟아질 뻔 했지

두 번째는 찌라시 대박인 날… 찌라시가 신문 두 배 두께가 되는 날이 있어.

골덴 위크, 오봉야스미, 그리고… 초대박인 건 신년 찌라시… 이건 압도적이야.

이것들만큼은 피하고 싶어… 그리고 신문배달 하라면 지금은 못 하겠다 생각 들게 만드는

이유들이야. 신년에는 바이크로 4번 신문사에 들렸었고 7시에 끝이 났었나?

늦다고 크레임도 들어왔다 그러고…

 

꽤나 세월이 흘렀으니 요즘 신문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일본은 전자신문 외에 종이 신문도 많이 팔리고 있고, 노년층이 많아서

신문 배달직은 여전히 많을 거란 생각이 드네.

젊은 시절엔 이런 경험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꺼야.

 

일본어 학교에서의 공부는 1년을 목표로 하고 갔었기 때문에,

신문 배달도 거기에 맞춰서 그만 두게 되었지.

점장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았기에 다시 한번 찾아가봐야지 했는데

결국 찾아간 게 대학 졸업하고도 2~3년 뒤였던 거 같아.

도쿄 하마마츠쵸라는 곳에서 근무할 때, 주말에 찾아갔었거든.

군대로 치면 주임원사급 되는 관리해주시는 어르신은 그대로,

히구치라는 친구도 그대로였지만 점장도 바뀌었고 직원들도 교체가 꽤 되었더군.

당시에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도 하고 간단한 선물도 하고… 했는데

점장한테 고맙다 말을 못 전한 건 좀 아쉬웠어.

 

반응형